피터 린치의 책, 월가의 영웅을 펼쳤다. 초반부는 주식 초보조차 들어봤을 그 유명한 가치 투자를 다룬다. “일상의 지식으로 이해하는 기업에 투자하라.” 이 얼마나 달콤한 제안인가.
아직 책의 뒷부분을 읽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 책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토록 명쾌해 보이는 원칙이 왜 수많은 실패를 낳는지, 그 본질을 파고들 것이 분명하다.
현실을 보자. 이 쉬워 보이는 투자법으로 대중은 처참히 실패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슈카월드의 니니는 모두가 이용하는 이마트에 투자했지만 뼈아픈 실패를 맛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이 애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카카오나 삼성전자를 매수하고 손실의 수렁에 빠진다.
여기서 우리는 거대한 간극을 발견해야 한다. 가치 투자는 좋은 투자의 출발점일 뿐, 그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는 종착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실패하는가? 그들은 가치 투자의 본질을 거대한 필터링 알고리즘의 첫 단계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중이 이해하는 가치 투자란, 수천 개에 달하는 종목 중에서 내가 아는 몇 개의 후보군을 추려내는 강력한 1차 필터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문제는, 이 필터링을 거친 결과물이 보물 지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대박과 쪽박, 즉 옥석이 마구 뒤섞여 있는 혼돈의 목록일 뿐이다. 진짜 투자는 바로 이 목록을 받아 든 다음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필터링이 곧 정답이라 믿고 그 첫 번째 종목에 자신의 자산을 던져 넣는다. 쉬운 길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것이 실패의 본질이다. 진정한 가치 투자란, 1차 필터링으로 걸러낸 그 후보군 안에서 진짜 옥석을 가려내는 지난한 과정 전체를 의미해야 한다. 이마트는 왜 오르지 않았는가? 카카오의 성장 동력은 과연 주주 가치와 연결되어 있는가? 그 기업이 주가를 올리는 것이 과연 그들에게 이득인가? 이 질문들에 답하는 것이 바로 2차, 3차 필터링의 과정이다.
이해라는 단어의 깊이는 교수와 학생만큼이나 다르다. ‘가치 투자를 하랬지, 조가치 투자를 하랬냐’는 우스갯소리는 바로 이 격차를 꿰뚫는 경고이다.
아마도 책은 뒷부분이 설명하려는 것은 이것일 테다. 1차 필터링 이후, 진짜 보석을 찾아내기 위해 당신은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자신만의 다음 필터링 알고리즘을 만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