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하는 삶에서 생산하는 삶으로

출력을 잃어버린 시스템, 쾌락의 쳇바퀴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스레드, 심지어는 블라인드까지.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기 위해 플랫폼을 번갈아가며 스크롤하는 무한 루프에 빠져있다.

쾌락의 쳇바퀴다. 본디 시작은 즐거움의 추구였을 지언정, 시간이 지나 쾌락의 역치가 올라가며 행위의 목적은 지루함의 회피로 변질되었다. 찾는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즐기는 시간은 그에 반비례해 줄어든다. 목적은 없이 그저 소비에만 몰두하게 된다.

이 현상의 본질은 무엇인가? 컴퓨터공학자의 시선으로 본다면, 이것은 출력 없이 자원만 소모하는 비효율적인 프로세스와 완벽히 동일하다. 나의 뇌라는 시스템이 유휴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의미 없는 연산을 반복하며 시간과 집중력이라는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다. 시스템의 성능이 명백히 저하된 상태다.

컴퓨터라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은 명확하다. 해당 프로세스를 즉시 강제 종료하고, 낭비되던 자원을 회수하여 가치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핵심 작업에 재할당해야 한다. 삶도 마찬가지다. 이 무한 스크롤의 쳇바퀴는 의식적으로 끊어내야만 한다.

읽기 전용의 삶에서 쓰기 권한을 쟁취하는 삶으로

시간은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주어진 자원이다. 그 시간을 맹목적인 소비에 쏟아부은 뒤 남는 것은 무엇인가. 그저 무의식 속에 잔상으로 남아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는 우리가 세상을 읽기 전용 모드로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그것을 내면에 기록할 쓰기 권한은 사용하지 않는다. 읽기만 한 정보는 컴퓨터를 껐다 켜면 사라지는 휘발성 캐시처럼, 하룻밤이면 대부분 공중으로 분해된다.

어떻게 해야 이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고 나의 자산이 될 것인가? 방법은 단 하나, 쓰기 권한을 쟁취하고 생산하는 것이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가공하여 나만의 결과물로 기록해야 한다. 그것이 글이든, 코드든, 요리든 상관없다. 내 안에 지식과 경험이라는 자산을 쌓는 유일한 길은 생산뿐이다.

사용자와 개발자의 차이, 어려움의 본질

물론 생산의 세계로 넘어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소설을 읽는 것과 쓰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행위다. 우리는 소비자로서 잘 다듬어진 최종 결과물만 볼 뿐, 그 이면의 처절한 과정을 보지 못한다.

컴퓨터 측면에서 해석하자면, 사용자와 개발자의 격차라 할 수 있다. 사용자는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경험하지만, 개발자는 그 뒤에 숨은 복잡한 소스코드와 끝없는 버그와 싸운다. 개발자는 어떻게 그 복잡함을 이겨내는가? 수없이 실패하고 원인을 파고드는 디버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시스템을 완성한다. 그들은 이 고통스러운 과정이야말로 시스템의 본질을 이해하는 유일한 길임을 안다.

생산 활동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이 바로 이 디버깅 과정이다. 글이 막히고 코드가 동작하지 않는 순간은, 우리가 사용자 수준을 넘어 해당 분야의 구조를 이해하는 개발자로 성장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이 어려움의 경험이야말로 진짜 자산이다.

성장의 정체기, 새로운 알고리즘을 찾아라

생산의 길에도 한계는 찾아온다. 어느 순간 실력이 늘지 않는 정체기, 즉 플래토(Plateau)를 마주하게 된다. 노력하는데도 결과물이 나아지지 않는 답답한 구간이다.

이것은 컴퓨터 과학의 최적화 문제와 같다. 시스템의 성능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기존 방식을 맹목적으로 반복하는 무차별 대입 방식으로는 결코 그 한계를 넘을 수 없다. 현재 사용 중인 알고리즘의 효율이 다했다는 신호다.

그렇다면 이 한계는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가? 더 많은 노력이 아니라 더 나은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문제에 대한 접근법 자체를 바꾸거나, 새로운 기술을 학습해 기존의 비효율을 극복해야 한다. 성장의 정체기는 좌절의 신호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명확한 알림이다.

26세.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성장이라는 자산을 쌓아야 할 최적의 시기다. 도파민만을 추구하는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나, 내 모든 자원을 성장에 쏟아붓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내릴 수 있는 유일하게 현명한 선택이다.